마마한테 연락받았다. 의료진이 많이 부족하다 해서 허겁지겁 달려갔다. 이미 8개조가 편성되어 투입된 후였다.
후발인력으로, 의사 선생님 한 분과 일반 의료자원봉사자 두 분이 계신 6조에 합류하도록 요청받고 이동했다.
6번출구앞의 6조에 합류한 후에, 앞쪽 조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연락처를 받아올겸, 구급함을 하나들고 자리를 떴다.
첫날 잠시 함께 다녔던 선생님이었는데-그분은 충분히 혼자서도 수습할 수 있는 '능력자'셨다. 물론 내가 그 자리에서 보조를 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앞쪽에 나간 조 중 의료인이 없는 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고, 다른 조의 위치와 상황을 파악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잠시 자리를 뜬 것이었다. 어쩐지 무지 변명 같은데... 사람들이 이동하거나 하는 긴급 상황에 눈치껏 이동해도 물론 좋지만 그때 한 통 전화해서 "저희 왼쪽으로 빠집니다." 하고 이야기하고 상대 조가 오른쪽에서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누군가 그 일을 할 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일단 이동했다.
이순신 동상을 감싸고 있는 전경버스로 이루어진 바리케이드.
그 좌측에 있는 조원들을 확인했다. 믿는 동생과 팀장님 등 여러 분이 계셨다. 인사를 하고, 그쪽 조원 연락처는 이미 받아놨기 때문에 바로 중앙으로 향했다. 중앙에 가자, 전부터 얼굴을 익혔던 낯익은 바가지 머리(...) 의대생이 있었다. 편의상 지금부터 이녀석을 커피군이라고 부르자. 커피군과, 예전부터 여러 번 봐왔던 20대 초반의 여대생 셋, 그리고 임상병리를 전공하고 있는 전군이 있었다. 다섯 명 전부 시위 경험이 꽤 있는, 전방에 있어도 좋을만한 팀이었다.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커피군이 반갑게 나를 붙잡았다...
"여기 사람 없어서 보내달라고 하는데- 누나 여기 있어요!" 라는 애타는 부름을 받고 6조에 연락을 드리고 1조에 남았다.;;;;; 원래 이런 식으로 개인행동을 하면 안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팀에 내가 남는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나는 한 점 후회도 없으며, 그 자리에 없었던 다른 누군가, 사이드 쪽에 있던 분이 "하나씨 왜 그리 가셨어요?" 하고 말하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자리에 내가 필요했었다고.
커피군은 찰과상을 제대로 처치하고 있었는데, 전군은 약간 뒤로 빼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병리 전공이라는 것이 본인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서 말하건대~ 전군~ 가벼운 드레싱은 그냥 자신감 갖고 해. 가운 입고 있는 니가 머뭇거리거나 하면 다른 사람들도 당황해. 일단 그 자리에 가운을 입고 섰으면, 자신감을 가져. 자만심이 아니라, 자신감 말여. 니가 판단하고 생각한 것 대부분 맞았어.
여튼 그래서 그 팀엔 내가 필요했고, 생리식염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려 지원을 부탁했다. 'ㅅ' "간호사 쌤 한 분 보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안 왔어요-" 하고 커피군이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정신이 없었고, 바빴다. 사람들은 웅성대고 있었고, 시끄러웠다. 모래주머니는 계속해서 날라져 왔고, 기자분들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계속했다. 시민들은 의료팀에게 협조적이었다. "전경측에는 이미 두 팀 들어가 있습니다. 의사 셋 의대생 하나 일반인분들입니다." 하는 이야기도 들어서, 그쪽에 대한 걱정은 버렸다. 'ㅅ')>
본래 광화문에 시위대가 있을 때는, 전경버스를 중심으로 좌측/우측/교보빌딩앞에 한팀/횡단보도앞에 양측에 한팀씩-이렇게 나뉜다.
조금 후에 지원조가 왔다. 생리식염수와 핫팩을 들고. -_-
......아 얘기 너무 길어진다 대체 난 지금 멀 쓰고 있는거야..ㅠ_ㅠ 이제 그만 쓰고 가서 잘까...;;;덜덜덜...;;;;;;;;;
여튼 제일 심한 환자분은 복합골절의 여자분. 'ㅅ' 모회사의 생산직에서 일하시는 분이었다. 밧줄로 버스 댕기다가, 밧줄 걸어놓은 갈고리가 튕겨나가서~ 타이밍 좋게도 -_- 나와 우리 조원들이 있던 근처에서 사고가 터졌다. (그리고 아까 말한 6조의 능력자 선생님도 곧 도착하셔서 매우 안심했다...-_- 고개를 드니까 옆에 계셨다.)
나는 간호사다. 의사가 아니다. 판단을 내리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 환자분을 안심시키고, 옆에 있는 것이 나의 일이다.
침착하게, 조용하게 있으면 된다. 이미 119는 불렀다. 대진오빠가 옆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 커피군은 환자분의 친구를 달래고 있다. 아니, 이런 상황은 솔직히 말해서 그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닥에 누워있는 여자분의 옆에 앉았다. 여자분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개방형 질문을 하며, 의식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였다. 능력자 선생님이 얼굴에 드레싱을 하셨고, 거즈를 얹어놓고 대강 테이핑해놓고 가셨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얼굴만 긁힌 것치고는 상태가 너무 나빴다. 동공반사는 있었는데 곧 기절할 것처럼 보였다. 충격받아서 그런가, 쇼크인가 하고 생각했다. 물어보았다. "어디가 제일 아픈가요?" 오른팔이라고 그녀는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나이를, 직장을, 남자친구가 있는가를, 친구가 있는가를 물었다. 함께 온 사람이 있는가를 물었다. 어디가 제일 아픈지 물어보는게 너무 늦었다. 오른팔이 이상한 각도로 꺾여있었다. 절대 그럴 리 없는 각도로. 그녀의 팔은 밟힐 뻔했다. 다행히 이미 스크럼이 넓게 짜여있는 상태였다. "선생님. 여기 좀 봐주세요." 부목을 대야하는데, 나는 부목을 대본적이 한번도 없었고 지금 이 상황에서 첫경험으로 부목을 대고 싶지도 않았으며 스플린트도 없었다. 백곰이, 항상 1개정도 들고다니는 스플린트와 함께 있었다면 백곰에게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건드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상처가 너무 심했다. 나는 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옆에 뼛조각이 있었다고 한다. 즉, 개방성-복합-분쇄골절이었다.
radius와 ulna가 제대로 맛이 가 있었다; 일단 거즈로 덮어놓고, 환자분의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말을 걸었다. 그녀는 점점 더 쇼크 상태로 빠져들어가고 있었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으며,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같은 이야기를 희미하게 했다. 하지만 호흡은 계속 제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다리를 계속 구부리려고 했고 몸을 떤다는 점이 걱정되었지만, 더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릎담요를 가져왔더라면 덮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친구까지 신경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커피군에게 나중에 들은 바에 따르면 친구분이 울면서 진정하지 못해서 함께 흔들렸다고 한다. 자만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는데-커피군이 이 환자분 옆에 있었으면 내가 그 환자분의 친구를 커버해서 진정시켰을 것이다. 침착하게ㅡ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괜찮으실 겁니다." 하고. 마법의 주문처럼, 조용히 이야기하면 된다. 시민들은 의료팀에 매우 협조적이었고, 예비군 분들이 길을 열어주어 구급차가 들어와서 이 여자분 먼저 실려나갈 수 있었다. 나중에 바로 응급수술 들어갔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리고- 에또- 새로운 환자가 발생했다고 연락이 와서 우리는 다시 달려나가야 했다.
그리고 일반 여자 봉사자분 두 분이 합류했다. 커피군의 핸드폰을 돌려줄 겸해서 온 것이었는데, 아까 인원이 많아서 다른 조에 합류했던 분들이었다. 전부터 봐왔고 빠른 대응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쪽조상황을 묻고, 가능하면 우리조에 남아달라고 권고하였다. 그리고 본부에 연락하여 일반 2분이 이쪽으로 합류해서 총 인원이 늘었다고 보고하였다.
내가 아니어도 그 여자분은 제대로 처치받고 수술실로 갔을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 골절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어서 그분을 약간이라도, 1g이라도 더 안심시킬 수 있었다. 현장에서 처치하기만도 바쁘다. 정서적인 지지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정서적인 지지를 전공했다'ㅡ'
그래, 그게 내가 집회에 의료지원팀으로 참가하는 이유이다. 나는 간호사다. 경력없다. 신졸이다. 능력없다.
그렇지만 나는 간호사이고, 환자분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구급함을 들고있지 않아도, 골절에 부목을 대는 방법을 모른다 해도, 환자분이 의식이 없다고 해도, 손을 주물럭거리며 구급차가 올때까지 환자분의 곁에 있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이카루스님이었나. 어느 분이 말씀하셨지. "거리의 그분들이 나의 환자예요." 그녀의 그 말을 생각하며, 나 또한 함께 달렸다. 그분들은 나의 환자이고, 우리의 환자이며, 존경하는 국민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다음 주에도 나타나서 백팩을 메고 펜라이트를 비추며, 누군가 내 모르는 낯선 이의 손을 잡으며 말을 걸겠지. 그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