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땅 파고 있었다.
땅을 판다고 해도 예전처럼 심각하게 하없이 바닥으로 죽죽 처넘는 그런 땅파기는 아니다;
적당적당히 땅파고 웃는 듯 마는 듯 "아 뭐야 정말 아니야~" 하고 한 마디 하고 지나간다.
한번 공부했던 전공과목이고 그럭저럭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_=; 난 정말 바닥을 기고있구나 난 바보야 이 나사돌리개같은 것아 하고 고민하던 차에-
오늘 돌아오면서 깨달았다. 나만이 아니라 모두들 성인간호 시험을 망쳤다는걸;
아니 분명 잘본 사람은 있다. 그렇지만 못본 사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세상은 참으로 상대적이다.
70점 이하면 유급이다. 나는 무엇보다 유급이 두려웠다-_-그 무슨 개쪽인가..
면허가 있는'주제'에 유급까지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편입생이라고 다들 언니는 잘 할 거에요 하고 생각하는 듯하다
편입생이라고 공부를 잘한다는 편견을 버려줘-_-;;
성인시험을 보고 나서 이게 70점은 넘을 것 같긴 한데 못 넘을 것 같기도 하고 재수없으면 60점대일 것 같기도 하는거다. 공부를 많이 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게 한 편은 아니다;(고 나만 생각하나;)
중요한 요점 부분은 전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를 했으니까. 비전공자에게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라는 게 내 공부의 목표였다.
그래, 분명히 시험 중심의 공부는 아니다;;
이런 세탁기같은; 너무 만만하게 봤어 ㅠ
성인 잘봤냐고 묻는 내게 동기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성인요? 아, 교수님이 성인은 추시 본대요."
추시는 추가시험. 재시는 재시험.
그 둘의 차이가 뭔지 도통 알 수 없어서 다시 물어봐야했다...
추가시험은 만점이 90점이고 재시험은 만점이 80점이다.;;
추시는 애들 대부분이 시험을 망쳤을 경우, 다시말해 과락인원이 대다수일 경우 다시 본다고 한다.
그리고 성인간호는 추시를 보게 되었다고.
"추시에서 떨어지면 유급해?"
"그럼 재시 삼시까지 봐서 어떻게든 올려 보내요."
의대는 칠시(7시)까지 본다고 한다. 어떻게든 위로 올려보낸다고. "걱정하지 말아요." 하고 웃는 이름모를 같은 반 동기의 웃음이 눈부셨다.
사실 나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춘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 간호학을 다시 공부하는 것이다. 내 인생의 시험은 이미 충분히 지나갔으므로.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험을 못 보면 곤란하다. 매우, 많이.
일단 고대하는 마음으로 눈을 번쩍번쩍 빛내며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는 아바마마를 볼 수가 없다..
어떻게든 간신히 뒤떨어지지 않게 졸업하고 싶은 게 아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잘 이해해서 노말한 성적으로 노말하게 중간층으로 졸업하고 싶다규@!;;
그렇지만 정말 신기한건 "나만 못본게 아니구나" 랄까.....;;
너희들도 어려웠구나@_@
오늘 아동시험은 상대적으로 좀 나았다. 이제 모성과 진단을 해야지;
2.
난 사람고파하고 있었구나. 진로에 대해서, 아니면 간호학에 대해서,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깨달았다. 그러한 이야기를 아무하고나 할 수는 없다. 속을 탁 터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해야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뜸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저는 장래에 딸기밭에서 딸기를 기르고 싶어요." 하고 툭 하고 말을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니. 이미 느긋하게 친한 사람들이 동알동알 형성되어 있는데에 끼어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학기초에 좀 더 발을 뿌리고 다녔어야 했을까;;
"이번 시험범위 어디죠?" 하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원래 없었지만; 시험범위는 알아서 잘 챙겨야지.;;
여튼 그래서 내가 블로그질을 하는 이유는 그거다. 학교에서 뭔가 잔뜩 수다를 떨고 싶은데 수다를 떨 수 없으니까;; 오프라인상의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다른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
3.
망월사역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집에 가니까 기분이 무지 이상하다.
뭔가 대단히 중요한 걸 빼먹은 기분.
앗! 맞다 드럼!
...(실은 시험이라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가고있다;;)
메트로놈을 주문했는데 오지 않는다 0_0;;;
4.
이번주 토요일부터 다시 촬영을 시작한다. 두근두근
한다.
이번에는 법규관계과목이다.
법류의 과목은 수업듣기가 즐겁다; 사실 나의 목적은 수업을 듣는게 아니지만 촬영을 잘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수업을 들어야 한다@_@ 선생님과 눈맞춤을 하지는 않는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눈을 맞추므로.
어떤 일이건 잘 하는 사람을 보는 것을 즐겁다. 세상 모든 일에는 배울 데가 있다고 하지만,
뭔가를 엄청나게 못 하는 사람을 보고 배우는 것보다는 뭔가를 엄청나게 잘 하는 사람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5.
촬영 일은 참 즐겁다 @_@
중간중간 학생들 문제 풀이 시간에는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 구상하는 것은 카피본으로 한 30권 정도 찍을 슬레이어즈 현대판 팬픽션이다;;;
슬레이어즈 팬픽션 자체가 이 시기에 와서는 엄청나게 마이너한데...
거기에 "현대판" 이라니 마이너의 마이너다.
거기에 가우리와 제르가디스의 선을 넘은 우정?! 까지 넣으면 마마마마 마이너해질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가우리와 리나의 파트너쉽을 지향한다; 덧붙여 제르와 리나의 끈적끈적하지 않은 달달한 친구같은 커플을 지향하고 있으며 아메리아는 혼자서도 잘 살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메리아를 싫어하는건 절대 아니며(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아메리아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훌륭한 어른~ 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저나 이미 마이너한 걸 쓰고 있으면서 리나제르는 메이저라고 우기기도 우습다..(제르리나가 아니라 리나제르다;)
슬레이어즈 학원물은 예전에 팬픽을 본것같은데 현대물은 본기억도 나지 않는고나.
분명 꽤 있을것같기도 한데=_=;
원래 이런걸 수업시간에 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며 오가는 전철에서 쓰는 것이 주-지만, 쉬는시간 등 토막토막 시간이 남을 때는 실실 웃으면서 끄적이고 있다.;;;;;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창작력+10정도로 옵션이 붙은 느낌이다... 역시 이런건 삘이 꽂힐 때 써야한다;)
글 분량은 대강- 무언가 편집을 했던 경험이 있는 흠씨에게 의논해본결과 한글에서 50p정도로 쓰고 그걸 A4절반씩 하면 100p가 된다고 해서; (내가 제대로 이해한게 맞능가?) 75p정도로 쓰고 150p 로 해서 복사해서 호치키스로 찍으려고 했다.
엘언니의 말에 따르면 만화 카피본이야 32p정도 찍으면 되는데 소설 카피본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단다.. orz;;;
150p 나 쓸 분량이 나올것인가; 아직은 10p도 안된다@_@;;; 타이핑한것도 아니라서 옮기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다.
6.
나는 즐거운 일만 하면서 살고 있다.
즐겁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
아니면 난 내가 하는 일이 즐겁다고 최면을 걸어서 즐거운걸까;;
그렇지만 촬영은 정말 즐겁다. 음..a
내가 그 수업을 듣지 않고 시험도 안보고 공부도 안해도 된다는 점이 정말로 즐겁다-_-;;
선생님의 농담도 같이 들으면서 하하호호 웃고;
생각해보니 즐거운 일만 한다~ 는 점에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1) 즐겁지 않은건 안 한다
2) 이것저것 하긴 다 하는데 하는 일은 모두 즐겁다고 생각한다
생각하기 나름인겐가...-_-;;
1번이라면 그것도 나름 능력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여튼 촬영일에도 나름 힘든 점이 여러가지 있는데 (카메라가 대단히 무겁다든가 선생님이 수업을 오래 하면 오래 남아서 촬영해야 해서 끝나는 시간이 일정치 않다거나) 그 힘든 점들은 전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므로 괜찮다.
다시 말해서 납득할 수 없는 힘든 점이 있다면 바로 (미련없이) 싹 그만둬버릴거라는 거지..
사람마다 이 납득할 수 있는 점과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고 그래서 각자 맞는 일을 고르는게 아닐까;
난 환자들이 아프다고 깽판치는 건 납득할 수 있고; 식칼로 찌른다면 안 찔려 주겠지만 주먹으로 안아프게 친다거나 폭언을 퍼붓는것 정도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상대해줄 용의가 있는데...(그사람들은 아프잖아;;;) 같은 동료나 선배 간호사가-_-;; 심하게 뒷담화를 까기 시작한다면 정말 납득할 수 없을 것 같다=_=; 아니 이점은 다 비슷하려나; 그렇게 되면 믿고 일할 수가 없잖아-_-;;
7.
정말 쪽팔리지만 고백한다-_-;; 난 이번에 투표 안했다.
그 다음날 아침 8시부터 모성 시험이 있었다;;
사실 시험공부를 한 건 전혀 아니고 하루종일 침대에 처박혀있었다.
여동생이 "언니 투표하러 가자. ㅇㅇ를 찍자~" 라고 말을 걸었을 때에도,
"난 아파서 휴식!" 이러고 이불을 돌돌말고 잤다.
자다가 깨서 미소년으로 아는 분과 수다를 떨다가@_@
투표를 할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별로 의미없이 지나갔다.
그때쯤에 저번에 검은딸기(아무도 못알아볼것같아서 해설하자면 네입블록을 말한다;) 서로이웃글에서 언급했던 부정자궁출혈이 있었다;
부정자궁출혈이라 함은 생리주기가 아닌데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냥 피가 줄줄 새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그게 패드 2~3개가 보통 생리출혈인데-_- 4개를 넘게 적시니까 아주 어지럽고 죽겠더라... 그정도 되면 대충 500ml정도의 실혈인가? 전혈 헌혈과 비슷하군;
그렇다고 나가서 산부인과에 가고 싶냐면!!
그건절대 아니거든!!-ㅁ-
왠만하면 절대 안가고 싶거등>_<
600ml이상의 출혈이었다면 바로 갔겠지만; 딱 500에서 멈춰서 가지 않고 버텼다.
그리고 대부분의 질환은 뇌경색이나 30%이상의 실혈 이런것처럼 아주아주 중대하고 위급한게 아닌이상..
2-3일 정도 병원에 가지않고 경과를 지켜보면 낫는다;;
그렇지만-다음날 8시부터 볼 모성 시험범위에 자궁의 출혈성 질환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염, 자궁내 악성종양에 대한 설명을 몇 자 읽다가..;;;
진짜 너무 공부하기 싫은거다...;;;
그 왜 직업병이라 하잖아.
밥 먹다가 잠깐 어지러워도 "이게 혹시 뇌종양?" 하고 최악의 결과를 생각하고 마는 절대건강염려증 환자!!...인걸.;;;
누군가를 투표해서 대운하시공을 멈출 수 있게 한다면 투표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당장 배가 아프니까 나가기 싫더라-_-
그리고 이게 자궁내막증일까 설마 암은 아니겠지 자궁절제수술은 싫어!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그날하루를 그렇게 흘려보냈다.
오랜만에 이웃들의 블로그(이웃 이웃 하니까 진짜 네입티난다;)를 돌아보니까..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는 이웃들은 각각 태터툴즈와 얼음집이다;)
투표를 정말 했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비율이 왜 이렇게 낮은 거야=_=?;;;
진통제를 씹어삼키고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서라도 나갔어야 했다.
뭐, 이제 늦었으니 다음에는 꼭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