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simhae

사랑하는 당신에게.

안녕.
나 어제 밤에 무지 무서웠어.

진 언니랑 나랑 전군이랑 일반인 모군이랑 있었어.

솔직히 말해서 난 겁이 없는 편이야.
상황이 나빠지면 바로 옆으로 빠지고.
특별히 책임감이나 봉사정신이 넘치는 타입도 아니지.

굳이 말하자면,
누군가 뭔가 하고 있으면 옆으로 비켜서 살펴보는 정도.

옆에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 선생님이 계시면, 경력있는 간호사 선생님이 계시면, 난 그분들에게 전부 넘겨버려.
가벼운 드레싱은 일반인 선생님분들에게 넘기지. 그분들도 잘하시거든.

아마 내가 실제로 뭔가 하는 일을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거야.
왜냐하면! 난 하는일이 별로 없거든!;;;

굳이 정리하면 "카운슬링" 과 "판단" 정도가 될거야.

이 사람은 좀 멀리 있는 의사선생님한테도 보내야해.
이 사람은 여기있는 정형외과 간호사 선생님한테 보여드려야겠다.
이 사람은 일반인 분이 충분히 처치해서 보내 드릴 수 있겠다.

그런 가벼운 판단과,
누군가 진통제를 주려고 하기 전에 가볍게 이마를 짚어보고 말을 걸면서 상태를 살펴보는 정도를 하지.

난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의 일을 하고 싶지 않아.
웬만하면 아픈 다리는 움직이고 싶지 않아.
그 옆에 가만히 지켜 서 있고 싶어.

그정도가, 내가 하는 일이야.

그래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나 혼자 남아서 환자분 곁을 지키고 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

나는 간호사야. 따끈따끈한, 생긴지 얼마 안되는 면허도 있어. 아직 면허번호를 외우지 못한 정도로, 신출내기인 초보 간호사지. 가끔은 분명 마음만 앞설 때도 있는, 발이 빠르고 손이 느린 간호사야.

그리고, 왼쪽 다리를 다친 전경 분 앞에 내가 섰어.
저쪽에서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누군가가 외쳐 불러.

어젯밤에 사람 진짜 눈물나게 없었어.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모였대.
당연히 달려올 것이라 생각했던 믿을만한 동료들이 여기에 없어.

이 자리엔, 여기 있는 우리들밖에 없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해.

네명밖에 안되는 우리조를 나누었다.

"언니가 저쪽으로 가세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했어. 119가 올 때까지만 전경분 옆을 지킬 생각이었어. 그리고 바로 빠지려고 했지. 전군또한 저쪽으로 보냈어. 언니가 환자를 보는동안 가운입은 전군이 스크럼을 짜면 돼. 그리고, 이름모를 덩치큰 일반인 친구가 남아 있어야...?! 했는데 그녀석도 피켓들고 저쪽으로 가버렸어.

언니는, 2년전에 사무직으로 빠졌다고 했지만. 병원경력이 있는 언니는, 나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이다. 심각한 상황이면 당연히 언니가 저쪽으로 가야해.

나는 처음으로, 의료팀 가운과 조끼를 걸친채 사람들 사이에 전경과 함께 고립됐다.

솔직히 말할께.
나 존나 무서웠어.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어.
울고 싶을 정도도 아니었어.

약간, 감정 게이지가 올라갔을 정도야.

이를테면 공포영화를 보다가 긴박감이 넘치는 음악이 고조되는, 그순간같은 것이었어.

의료팀 4명으로 이루어진 한 조의 경우-
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서.
일반 분들이 스크럼을 짜주셔서.
환자분을 보는 데에만 집중할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상황에서 스크럼을 짜야했어.

일반인분들에게 말씀드리는 동안에 환자분 쪽으로 사람들이 밀려들어와.

도로에 누워있는데 머리앞에 구둣발들이 웅성거리면 솔직히 누구라도 조낸 불안할껄?
발쪽에, 골절인것같기도 한 발쪽에 사람들이 웅성이면 진짜 무서울거야.

좀전까지 자기를 치고있던 사람들이면 더 무섭겠지...

나 여기 있는데 또 의료지원팀을 찾는사람도 있고.
나에게 다가와서 왜 아무것도 안하고 있냐고 의사 주제에 뭐하는 거냐고 주먹을 휘두르려는, 술취한 내가 풍기는 사람도 있고.
119를 이미 불렀습니다 하고 차분하게 말씀드리고.
"너도 누구 손가락 잘랐어?" 하고 협박조로 전경에게 다가와서 구두로 밟을것처럼 발을 올려드는 사람도 있고.

그걸 내가 일일이 상대하면 안되고.
상대할만한 환경에 있으면 안되는데.
내가 상대해야만'하는' 상황이었다.

내 목소리는 너무나 작고,
들리지 않아.

굉장히 많은 사람이, 소란스럽게 밀려들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적었다.
상황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

119가 왔는데, 저쪽 환자가 더 급하다고 저쪽 환자를 먼저 데려갔다.
"먼저 가요!" 하고 전군이 다급하게 그 말만 하고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홀로 남아서, 환자분 손을 꼬옥 잡고.
괜찮다고.
어디가 제일 아프냐고.
뭐가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다.

아까는 쇼크로 동공반사가 좀 느렸는데.
한참 누워있으니 조금 진정된것같더라.

그 아이는 자기 중대에 보고를 하고 실려나갔다.
그 시간, 실제로 몇 분 되지 않는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그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었다.

맞지 않아도 무서웠다.
흥분한 사람들이 좁혀오는 것이,
점점 더 밀려오는 것이 두려웠다.

누군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아주 작은 불꽃의 씨앗만 싹트면 바로 그 자리에서 휩쓸려 버릴 것이었다.

혼자 남겨져 있는 것이 무서웠다.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혼자 있었으면 당장 돌아갔을 그 자리에
환자분이 계셨기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내 불안은 어서 이 자리를 뜨는게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도로 한가운데였고, 사람들이 계속 몰려왔기 때문이다.
흥분한 사람들이 계속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이분은 다리를 다쳤으니까 움직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의료인이다.
꼬꼬마 간호사다.
아무것도 모른다.
근골격계를 배운지 3년은 된것같다.
이분이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에 하나, 골절이라면 움직이고 싶지않다.

응, 무서웠다.

그때는 용케도 침착했구나 싶은게.
웅성이던 사람들이 보고 별 일 아니라는 걸 알고 뒤로 나가거나 아니면 계속 웅성이면서 시비를 걸거나.
이 아이가 우리들의 자식이고 형제입니다 하고 외치는 아저씨나 나이어린 남자분이나.
전경놈들 다 때려 죽이자고 외치는 누군가의 목소리나.
그런 것들이 아득히 멀리 느껴졌다.

무슨일이 있어도 이분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디가서 키작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환자분을 보호하기에,
165cm에 보통 체격인 내 몸이 너무나도 짧고 작았다.
그분을 다 덮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친 다리에 체중을 실으면 안되잖아.

그리고.
그분을 실어보내고.
조원들과 합류하고.

슬슬 살짝 어지럽고, 수면부족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사람이 정말 없었는데, 진짜로 없었는데, 왠만하면 계속 버티고 싶었는데.

저번에 죽을 뻔했던 바로 그 자리,
나와 조선생님과 준민이와 의대생쌤이 죽을뻔했던 그 자리에서.
투썸플레이스 앞에서 계속해서 대기하다가.

HP가 점점더 닳고있어서, 본부에 "수건 필요" 전언을 전달하고 집으로 향했다.
전철에 몸을 실은순간 그대로 의식을 잃었고, 어찌어찌 집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깨지도 않고 10시간을 내리 잤다.

돌아오는 그 순간에는 무척 맘이 안쓰럽고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돌아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 배터리도 다 닳아서.
걱정하던 어머니의 안심하는 얼굴 표정을 보고.
아, 집에 돌아와서 다행이야,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대로 무너져서, 침대까지 가지 못하고 마루에서 잠들었다.

어머니는 정말 별생각을 다 했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또 그런 이상한 데(...)에 나가지 말라 하시면서 우셨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약속할 수는 없구요. 노력은 할께요." 하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늘도 짐을 챙겨서 시청을 향한다.

펜라이트와.
거즈와.

흘리지 못할 눈물과.
다치지 말란 마음과.
풀충전한 핸드폰을 들고.

방학계획은 이미 버렸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일요일 녹음봉사도 그만두었다.

여름에 찾아가기로 했던, 소록도 할머니들도 방문하지 못한다.

내 스물다섯의 여름은 그렇게.
노란 조끼와 하얀 가운으로 뒤덮여 있다.

Posted by 하나씨
 다녀왔다.

 마마한테 연락받았다. 의료진이 많이 부족하다 해서 허겁지겁 달려갔다. 이미 8개조가 편성되어 투입된 후였다.
 후발인력으로, 의사 선생님 한 분과 일반 의료자원봉사자 두 분이 계신 6조에 합류하도록 요청받고 이동했다.

 6번출구앞의 6조에 합류한 후에, 앞쪽 조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연락처를 받아올겸, 구급함을 하나들고 자리를 떴다.
첫날 잠시 함께 다녔던 선생님이었는데-그분은 충분히 혼자서도 수습할 수 있는 '능력자'셨다. 물론 내가 그 자리에서 보조를 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앞쪽에 나간 조 중 의료인이 없는 조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고, 다른 조의 위치와 상황을 파악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잠시 자리를 뜬 것이었다. 어쩐지 무지 변명 같은데... 사람들이 이동하거나 하는 긴급 상황에 눈치껏 이동해도 물론 좋지만 그때 한 통 전화해서 "저희 왼쪽으로 빠집니다." 하고 이야기하고 상대 조가 오른쪽에서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누군가 그 일을 할 지도 모르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일단 이동했다.

 이순신 동상을 감싸고 있는 전경버스로 이루어진 바리케이드.
 그 좌측에 있는 조원들을 확인했다. 믿는 동생과 팀장님 등 여러 분이 계셨다. 인사를 하고, 그쪽 조원 연락처는 이미 받아놨기 때문에 바로 중앙으로 향했다. 중앙에 가자, 전부터 얼굴을 익혔던 낯익은 바가지 머리(...) 의대생이 있었다. 편의상 지금부터 이녀석을 커피군이라고 부르자. 커피군과, 예전부터 여러 번 봐왔던 20대 초반의 여대생 셋, 그리고 임상병리를 전공하고 있는 전군이 있었다. 다섯 명 전부 시위 경험이 꽤 있는, 전방에 있어도 좋을만한 팀이었다.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커피군이 반갑게 나를 붙잡았다...

"여기 사람 없어서 보내달라고 하는데- 누나 여기 있어요!" 라는 애타는 부름을 받고 6조에 연락을 드리고 1조에 남았다.;;;;; 원래 이런 식으로 개인행동을 하면 안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팀에 내가 남는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나는 한 점 후회도 없으며, 그 자리에 없었던 다른 누군가, 사이드 쪽에 있던 분이 "하나씨 왜 그리 가셨어요?" 하고 말하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자리에 내가 필요했었다고.

 커피군은 찰과상을 제대로 처치하고 있었는데, 전군은 약간 뒤로 빼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병리 전공이라는 것이 본인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서 말하건대~ 전군~ 가벼운 드레싱은 그냥 자신감 갖고 해. 가운 입고 있는 니가 머뭇거리거나 하면 다른 사람들도 당황해. 일단 그 자리에 가운을 입고 섰으면, 자신감을 가져. 자만심이 아니라, 자신감 말여. 니가 판단하고 생각한 것 대부분 맞았어.

 여튼 그래서 그 팀엔 내가 필요했고, 생리식염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려 지원을 부탁했다. 'ㅅ' "간호사 쌤 한 분 보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안 왔어요-" 하고 커피군이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정신이 없었고, 바빴다. 사람들은 웅성대고 있었고, 시끄러웠다. 모래주머니는 계속해서 날라져 왔고, 기자분들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계속했다. 시민들은 의료팀에게 협조적이었다. "전경측에는 이미 두 팀 들어가 있습니다. 의사 셋 의대생 하나 일반인분들입니다." 하는 이야기도 들어서, 그쪽에 대한 걱정은 버렸다. 'ㅅ')>

 본래 광화문에 시위대가 있을 때는, 전경버스를 중심으로 좌측/우측/교보빌딩앞에 한팀/횡단보도앞에 양측에 한팀씩-이렇게 나뉜다.

 조금 후에 지원조가 왔다. 생리식염수와 핫팩을 들고. -_-

......아 얘기 너무 길어진다 대체 난 지금 멀 쓰고 있는거야..ㅠ_ㅠ 이제 그만 쓰고 가서 잘까...;;;덜덜덜...;;;;;;;;;

 여튼 제일 심한 환자분은 복합골절의 여자분. 'ㅅ' 모회사의 생산직에서 일하시는 분이었다. 밧줄로 버스 댕기다가, 밧줄 걸어놓은 갈고리가 튕겨나가서~ 타이밍 좋게도 -_- 나와 우리 조원들이 있던 근처에서 사고가 터졌다. (그리고 아까 말한 6조의 능력자 선생님도 곧 도착하셔서 매우 안심했다...-_- 고개를 드니까 옆에 계셨다.)

 나는 간호사다. 의사가 아니다. 판단을 내리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 환자분을 안심시키고, 옆에 있는 것이 나의 일이다.

 침착하게, 조용하게 있으면 된다. 이미 119는 불렀다. 대진오빠가 옆에서 스크럼을 짜고 있었다. 커피군은 환자분의 친구를 달래고 있다. 아니, 이런 상황은 솔직히 말해서 그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닥에 누워있는 여자분의 옆에 앉았다. 여자분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개방형 질문을 하며, 의식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였다. 능력자 선생님이 얼굴에 드레싱을 하셨고, 거즈를 얹어놓고 대강 테이핑해놓고 가셨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얼굴만 긁힌 것치고는 상태가 너무 나빴다. 동공반사는 있었는데 곧 기절할 것처럼 보였다. 충격받아서 그런가, 쇼크인가 하고 생각했다. 물어보았다. "어디가 제일 아픈가요?" 오른팔이라고 그녀는 대답했다. 나는 그녀의 나이를, 직장을, 남자친구가 있는가를, 친구가 있는가를 물었다. 함께 온 사람이 있는가를 물었다. 어디가 제일 아픈지 물어보는게 너무 늦었다. 오른팔이 이상한 각도로 꺾여있었다. 절대 그럴 리 없는 각도로. 그녀의 팔은 밟힐 뻔했다. 다행히 이미 스크럼이 넓게 짜여있는 상태였다. "선생님. 여기 좀 봐주세요." 부목을 대야하는데, 나는 부목을 대본적이 한번도 없었고 지금 이 상황에서 첫경험으로 부목을 대고 싶지도 않았으며 스플린트도 없었다. 백곰이, 항상 1개정도 들고다니는 스플린트와 함께 있었다면 백곰에게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건드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상처가 너무 심했다. 나는 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옆에 뼛조각이 있었다고 한다. 즉, 개방성-복합-분쇄골절이었다.


radius와 ulna가 제대로 맛이 가 있었다; 일단 거즈로 덮어놓고, 환자분의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말을 걸었다. 그녀는 점점 더 쇼크 상태로 빠져들어가고 있었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으며,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같은 이야기를 희미하게 했다. 하지만 호흡은 계속 제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다리를 계속 구부리려고 했고 몸을 떤다는 점이 걱정되었지만, 더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무릎담요를 가져왔더라면 덮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친구까지 신경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커피군에게 나중에 들은 바에 따르면 친구분이 울면서 진정하지 못해서 함께 흔들렸다고 한다. 자만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는데-커피군이 이 환자분 옆에 있었으면 내가 그 환자분의 친구를 커버해서 진정시켰을 것이다. 침착하게ㅡ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다. "괜찮으실 겁니다." 하고. 마법의 주문처럼, 조용히 이야기하면 된다. 시민들은 의료팀에 매우 협조적이었고, 예비군 분들이 길을 열어주어 구급차가 들어와서 이 여자분 먼저 실려나갈 수 있었다. 나중에 바로 응급수술 들어갔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리고- 에또- 새로운 환자가 발생했다고 연락이 와서 우리는 다시 달려나가야 했다.

 그리고 일반 여자 봉사자분 두 분이 합류했다. 커피군의 핸드폰을 돌려줄 겸해서 온 것이었는데, 아까 인원이 많아서 다른 조에 합류했던 분들이었다. 전부터 봐왔고 빠른 대응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쪽조상황을 묻고,  가능하면 우리조에 남아달라고 권고하였다. 그리고 본부에 연락하여 일반 2분이 이쪽으로 합류해서 총 인원이 늘었다고 보고하였다.

 내가 아니어도 그 여자분은 제대로 처치받고 수술실로 갔을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 골절을 발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어서 그분을 약간이라도, 1g이라도 더 안심시킬 수 있었다. 현장에서 처치하기만도 바쁘다. 정서적인 지지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정서적인 지지를 전공했다'ㅡ'

 그래, 그게 내가 집회에 의료지원팀으로 참가하는 이유이다. 나는 간호사다. 경력없다. 신졸이다. 능력없다.
 그렇지만 나는 간호사이고, 환자분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구급함을 들고있지 않아도, 골절에 부목을 대는 방법을 모른다 해도, 환자분이 의식이 없다고 해도, 손을 주물럭거리며 구급차가 올때까지 환자분의 곁에 있는 것이 나의 일이다.

 이카루스님이었나. 어느 분이 말씀하셨지. "거리의 그분들이 나의 환자예요." 그녀의 그 말을 생각하며, 나 또한 함께 달렸다. 그분들은 나의 환자이고, 우리의 환자이며, 존경하는 국민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다음 주에도 나타나서 백팩을 메고 펜라이트를 비추며, 누군가 내 모르는 낯선 이의 손을 잡으며 말을 걸겠지. 그럴 것이다.

Posted by 하나씨

* 안녕하세요. 저는 간호사입니다.

* 6월 6일, 7일 밤샘 의료봉사 후기입니다.

(6일 오후 7시~8일 오전 9시 12조) (8일 오후 8시~9일 오전 10시 1조->1-1조->1-C조)

*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의료지원팀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인 시위대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1) 버스 끌지 말아주세요.
전 6월 6일 새벽 2시경 대치장소 투썸플레이스 앞에 있었습니다.
저희 의료지원팀 네명 및 다른 일반인 여러분이 있는 장소로, 막 사이드가 풀린 버스가 돌진해서 저희는 바로 차에 치어 죽을뻔했습니다.
정말 다행히 저희 30cm앞에 전봇대가 있었고, 버스는 그 전봇대를 들이받고 멈추었습니다.
그 전봇대가 있지 않았다면 최소한 30명의 중상자가 났을 큰 사고였습니다.
버스를 풀어내는 일을 하지 않기 바랍니다.

전 실은 손 다치신 분들 연고 발라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발라 드렸습니다 =_=
그걸 왜 끄시나요 하고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죽었으면 화를 내고 있지도 못했겠죠..

계속해서 몇대의 버스를 끌어내면서, 시민측의 염좌와 전경측의 심각한 부상이 상당수 발생했습니다.

제발 끌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 다친 분들을 도우러 나왔고 약간 맞거나 골절상을 입거나 다치는 정도는 각오하고 있는데 죽는건 정말 싫습니다-_-

  2) 버스 창 깨지 말아주세요.
 깨진 유리조각은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합니다.
 
  3) 의경/전경은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 폭력을 행사하지 말아주세요.
 
 이 상황은 각 조별로 다릅니다. 어제 제가 있던 6일 12조와 7일 1조분대의 경우 일반인 시위자 분들이 다쳐서 오는 경우 가벼운 염좌와 탈골, 밧줄 끌다 생긴 손 상처가 있습니다.
  6월6일 상황은 제가 다른조 봉사자님께 전달받았고 (앰뷸런스로 9명후송) 6월7일에는 2시간동안 전경 본진 내에 있었습니다.
  '비폭력 시위를 주장하는' 시위대의 쇠파이프에 맞아 어깨/팔 골절을 입고 후송된 전경분의 수는 많습니다.
  간질 경련을 일으키신 분도 계셨구요(이분은 전경이 아니셨어요)

 시위대 여러분 모두가 쇠파이프를 휘두른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미리 쇠파이프를 준비해와서 휘두르고 계시는 몇몇 분들이 계십니다.
 쇠파이프에 맞고 있는 전경분들에게도 어머니, 아버지가 계십니다.
 당장 흥분해서 눈앞이 보이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한 명이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으면 그만큼 덜 다칩니다.


  3) 천식이 있으신 분은 천식흡입제를 미리 준비해 오시고, 소화기 분무중에는 뒤에 물러서 계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천식약이 없습니다. 천식약은 처방약입니다. 저희에게 오셔도 저희가 119를 불러드리는 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처치가 없습니다. 발 삐시고 손 삐신 분들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 상태에서 밤샘을 하며 더 악화되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경우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수 있는것이 없습니다.

인터넷 올빼미족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시위대는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시위대의 전방에서 사람들 가는 걸 따라가다 보면..
전체적인 상황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가능하신 분이 실시간 속보를 요점만 축약해 문자로 보내주시면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저는 10일밤과 12일 밤 참여할 예정이고 그날 혹시 교대해서 상황알림 문자를 보내주실 분이 있으시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연락처를 비밀덧글로 적어주세요.


의료지원 팀 및 일반인 의료봉사자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1. 소화기를 맞았을 때의 대처

얼굴을 맞았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생리식염수를 눈에 흘려넣어 소화기 분말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소화기가 눈에 들어갔을 경우 절대 눈을 비비시면 안됩니다.

저희는 20~30cc 주사기(실린지'ㅅ')에 생리식염수를 담아서 들고 다녔습니다. 그게 제일 좋더군요.
실린지 2개를 들고 다니고, 1리터짜리 생식 한 병 들고 다니면서 하나 넣고 하나 빼고 하는 게 좋아요.
20cc짜리 미니 생리식염수들도 들고 다니면 좋습니다.

물통 500ml짜리 들고 다니시면서 입안 헹구세요. 물은 삼키지 말고 도로 뱉으시고요.

소화기는 의료진을 피해가지 않습니다.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

사태가 발생하는 근처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어제도 이스트오라버니네 조(몇조였나?또까먹었네)가 근처에서 진료하다가 의료진과 치료받는 환자분이 한꺼번에 소화기 세례를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살짝살짝만 분위기 보면서 조금씩 뒤에 있어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덧붙여 이 생리식염수-눈에 넣기-물을 입에 헹구기-처치는 반드시 의료진이 할 필요가 있는 처치가 아닙니다.
의료진 분들/경험있는 일반인 의료봉사자 분들은 인원이 부족할 때 이거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ㅅ'

눈에 안약을 넣는 요령으로 환자분의 머리를 지지한 후에 왼쪽눈의 경우엔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고 눈 안쪽부터 살살 흘려넣으셔야 합니다. 물론 이때 "눈 뜨고 있으세요." 라고 설명한 후에 환자분의 눈꺼풀을 양쪽에서 잡아 벌립니다. 여기서 말하는 눈 안쪽은 각 코쪽입니다; 거기서부터 생식 물방울을 똑똑 떨어뜨리며 천천히 씻겨나가면 됩니다.

* 모자 가져오세요. 머리가 소화기에 쩔면 아주 멋진 하얀색이 됩니다; 꼭 삼일은 머리를 감지 않은것처럼 떡진 머리가 되니 모자가 있는편이 좋습니다.

* 눈에 뭐가 들어간 경우 무조건 생리식염수로 이리게이션~=ㅁ= 합니다.

2. 살수차가 있을 경우
등을 돌리고 엉덩이를 대세요. 엉덩이에 맞으면 덜 아픕니다. 얼굴 특히 눈, 안경 등에 맞을 경우 부상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3. 연행자의 경우

연행되어 가시는 분이 계십니다. 이 경우에는 연행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전경분들께 "온화하고 평화로운 어조로" 연행당하는 분을 잠시 볼 수 있는지 묻고 연행되어가시는 분의 상처를 살펴주세요. 술에 취해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다가 연행되시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의 행위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것은 저희 일이 아닙니다. 그분의 몸을 살피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잠시 연행을 중단시키고 움직임이 없는 경우 동공확인부터 하고 온몸의 골절상태, 근육, 타박상등을 살펴주세요.

4. 각오
가운 입고 있다고 맞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어제 3조 한 분이 시위대가 던진 병에 부상당하여 후송당하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팔에 골절을 입으신 분도 계셨구요.

사실 첫날 참가했을때 함께 온 신졸 간호사분들께 제가 말씀드린건~

진료를 하는건 좋지만 자기 몸을 다쳐가면서 할 필요는 없다.
최대한 뒤로 몸 빼면서 오는 환자분만 받아라.

라는 것이었어요.

시위경험/간호사 경력이 없으신 선생님들이셔서 더 그랬구요.

그런데..

모든 팀이 뒤로 다 빠질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전방에서 환자분을 봐야합니다.
실제 환자가 제일 많이 발생하는 데는 앞부분일 수밖에 없고요.

대부분의 경우 1조/2조가 달려갑니다. 상황에 따라 3조/4조가 시위대를 전방에서 따라가는 경우가 있구요.

그리고.. 1조 분들도 지치기 때문에 교대 조가 필요합니다.
무리하지 마세요. 시위 밤샘봉사는 오후 7시에 시작해서 아침 7시 늦으면 9시 정도에 끝납니다. 체력 싸움이니까요. 쉬어가면서 하세요.

참가하다 보니 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환자분이 있는데, 진료중인데, 도망칠수가 없어요.
거기서 도망칠거면, 대체 왜 간겁니까.
환자분을 앞에두고 도망치지 않습니다.
아니, 도망 못 갑니다.

실제로 거기까지 나오신 대부분의 분들도 그러셨고요.

환자가 있으면 달려가서 몸으로 막아서라도 지키는 게 저희 일입니다.

다친 사람이 누워 있다가 인파에 밀리고 깔려 다치는 것과..

저희가 하얀 가운을 입고서, 청진기를 걸고서 그분의 주위를 둘러싸고 "의료지원팀입니다! 환자입니다! 비켜주세요!" 하고 외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뒤로 처음부터 빠지실 분은 아예 후방부대로 지원하셔서 보조 베이스에 참여하시면 될 것 같고요.

제일 심했던 5월 30일, 31일의 경우 실제로 스크럼을 짜서 여자봉사자분/의료진을 보호하다가 등에 방패를 맞고 다치신 의료봉사자분이 여럿 계셨습니다.

실제로는 여자는 가능하면 뒤로 빼놓고 남자들을 앞에 투입하기 때문에 여자분보다는 남자분이 다치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4. 팀 구성
가면 조별로 팀을 짜서 움직이게 됩니다. 현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분이 있는데 지휘가 공백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의료인을 가능하면 한 명 포함해서 (의/치의/한의/간호사/응급구조사/의대생/물리치료사/약사/하다못해 의무병이나 간호조무사분도 전혀 상관없음) 또한 경험있는 사람도 한 명 포함해서, 남자 둘 여자 둘 또는 여자 하나 남자 셋으로 팀을 짜서 움직이면 좋을 듯합니다.
현장에서 연락처 하나 받아가구요. 키트에 충분히 용품을 챙겨가고 소화기 분무가 예상될 경우에는 충분한 양의 생리식염수를 챙겨가셔야 합니다.

5. 백팩과 어깨가방
백팩과 메는가방이 매우 좋습니다. 의료진도, 일반인 봉사자분도 전부 넉넉하게 백팩을 챙겨오셨으면 합니다. 드물지만 팀원들이 특정지역에 고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경우를 대비해서 넉넉히 챙겨가셔야 합니다.

6. 약 주기
"진통제 주세요." "소화제 주세요." 하고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럴 경우에 그냥 꺼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데..  저희가 함부로 약을 드릴 수 없습니다.

시간여유가 있다면 본인이 드실것인지 아니면 다른분이 필요로 하는 것인지 확인하시고, 약 드실 분의 상태를 확인하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

진통제는 통증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말해서 핸드폰에 비교하면 핸드폰에 전화가 올 경우 전화가 오지 않게 하는게 아니라 <전화기의 벨소리를 꺼놓는 것>입니다.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복통이(가능성은 적습니다만) 급성 장염이나 맹장염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의사나 간호사, 응급구조사가 주변에 있다면 먼저 그분을 부르시고, 의료진이 바쁘거나 일반인 팀이라면 소화제/진통제를 바라는 분의 통증부위를 살펴보세요. 눈으로 보기에도 이상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손으로 만져보니 이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배는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정상이고, 딱딱한 것이 있거나 만지면 아픈 경우는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함부로 약을 주려 하지 마시고 의료진을 부르시거나 아니면 진통제를 줄때 주더라도 급성통증이 아닌경우 병원을 방문하기를 권해주세요'ㅅ'

자신이 판단할 수 없는 경우라면 의료진의 이야기를 들은후에 보내세요.

7. 조그만 초콜릿/사탕류
먹을거 들고 다니세요. 디씨 인사이드에서 김밥지원이 오지만 그것에만 기댈수는 없습니다.. 어제 저희팀이 돌아다니는 부분에는 김밥지원이 오지 못했어요. 미리 샌드위치등을 준비해 오셔도 좋을듯합니다. 초코바 등의 고열량 식품도 휴대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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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들/스커트를 하고오신 봉사자분의 봉사는 받지않습니다.
운동화에 바지를 입어주세요.
저희 조낸 뺑이 칩니다=_= 전 3일간 서울대장정을 돌았습니다..

조끼/가운입고 사진찍지 마세요.
저희 복장은 사진찍으러 오신분들이 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실은 저도 버스가 저를 향해 쳐 들어올때 완전 찍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의료지원팀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오해받을 소지가 많습니다.

사진을 찍는 등 오해받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저께 프락치로 오해받아 불필요한 정신적 괴로움을 겪으신 여성 봉사자분도 계셨습니다.

당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의료지원팀의 이미지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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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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